고(故) 이건희 회장께서는 감염병의 국가적·전 지구적 대유행이라는 인류적 위기 속에서, 사회에 대한 깊은 책임과 통찰로 7,000억 원의 기금을 사회에 환원하셨습니다. 이 기부는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감염병 중앙병원과 감염병 연구 인프라라는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 토대에 투자해 달라는 분명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감염병 위기 대응을 넘어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장기적 비전이며, 우리 사회가 계승해야 할 숭고한 기부 문화의 모범입니다.
이 기금의 수혜 연구자들은 이러한 기부 정신의 계승자들입니다. 연구는 실험실이나 병상 곁에서 끝나는 학문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안전과 취약 집단의 보호로 환원될 때 비로소 공공적 가치를 완성합니다. 여러분의 연구 하나하나가 미래의 감염병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지켜내는 토대가 될 것이며, 그 출발점에 이 기부의 뜻이 있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2018년 범부처방역연계감염병연구개발재단(GFID)이 설립된 이후 축적해 온 범부처 감염병 연구 역량 강화의 노력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GFID가 지향하는 연구는 단순히 실험실(laboratory)이나 임상 현장(bedside)에 국한하지 않고,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차단이라는 실제 방역 성과로 연결하는 응용적 연구 지향을 존중합니다. 감염현장의 단면적 관찰 연구, community-based randomized controlled trial(RCT)과 같은 연구 설계, 감염 확산을 실제 억제하는 population health 기반 기술과 전략이 모두 포함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늘날 글로벌 보건안보는 어느 한 국가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취약 국가에 대한 기술 지원, 현장 중심 교육·훈련, 현지 연구 역량 강화는 글로벌 감염병 대응의 필수 요소입니다. 이는 해외 유행 감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사전에 낮추고, 새로운 위협에 대비하는 능동적 보건안보 전략이기도 합니다만 국제사회에 대한 인도적 연대의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의 형평성(equity) 제고란 건강권과 숭고한 인류애를 지향하는 연결고리입니다. 감염병 연구는 곧 국제 협력의 언어이며, 여러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보건안보의 협력자입니다. 이번 기금을 통해 수행되는 방역연계 연구들이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의 신뢰와 위상을 높이고, 공동의 위기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기대합니다.
기부금의 운용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입니다. 기부금 관리위원회는 이 원칙이 흔들림 없도록 그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연구자 여러분 또한 공공 자원의 수혜자로서 그 취지와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기부자에 대한 예의이자, 사회가 연구를 신뢰하는 근간입니다.
끝으로,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여러분 스스로가 큰 자부심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우연히 주어진 기회가 아니라, 사회가 여러분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신뢰한 결과입니다. 그 신뢰에 대한 답은 현장에 적용되고, 지역사회와 세계를 보호하는 연구 성과로 충분합니다. 기부금 관리위원회는 여러분의 도전과 노력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 기금이 대한민국의 미래 보건안보를 함께 만들어 가는 든든한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